이전에 알지만 못하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라는 학습에 대한 글을 썼다. AI라는 키워드를 붙여도 여전히 유효한 글이다. 여기에 덧붙여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하려고 한다.
AI 시대에 무언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정말 쉬워졌다. 쉽게 습득한만큼 쉽게 잊혀진다. 좀 더 고차원적인 사고는 지식과 지식의 결합, 그리고 상황과 맥락을 해석하는데에서 이뤄지는데 단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만으론 한계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정말 쉬워졌지만 이것이 학습을 방해하기도 한다. Deep Learning으로 인해 깊은 학습(Deep Learning)이 어려워졌다.
요약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게 됐다. 어떤 아티클을 다 읽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다 보려고 해도 내 소중한 여가 시간을 써야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AI가 요약을 참 잘해준다. 요약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요약만 보고 넘어가는 일이 흔해졌다. 드라마는 압축 요약한 YouTube 영상을 보며 Dia 브라우저는 바로 옆 패널을 통해 요약시킬 수 있다. 이 유혹을 참기 어렵다.
요약본을 보고 '아는 내용이네', '별 내용 없네'하며 넘어가기도 하는데 가끔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도 한다. 그때 마저 '아하 이런 내용이었군. 요약 달달하다'. 하고 넘어가곤 한다. 이렇게 알게 된 새로운 내용은 분명 금방 휘발된다. 아티클이나 컨텐츠를 소비할 때 요약만 보고 내 것이 됐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그 순간 이해는 됐겠지만 나중에 활용할 수 있는 내 지식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요약이라는 엄청난 기능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요약을 소비하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목차로서의 요약
요약을 보고 어떤 내용을 이야기 하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하게 풀어 쓴 목차로 활용하는 것이다.
내가 이 컨텐츠를 소비하려고 했던 목적에 부합하는지, 궁금했던 점을 완전히 해소하는지, 비판적으로 들여다 볼 부분은 없는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요약을 보고 떠오르는 질문을 정리해서 읽는다면 컨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읽고 컨텐츠 내용을 다시 구조화할 때 비로소 그 컨텐츠를 이해한다.
사실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컨텐츠의 경중에 따라서 글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고 암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기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식의 주장이 가끔 보이는데,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연결될 수 없다. 연결되지 않으면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하며 통찰로 이어질 수 없다.
암기
"질문하면 정리돼서 나오는데 왜 외움?"
암기를 등한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아직까진 일부 지식들에 대한 암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머리 속 장기 기억 장치에 저장이 되어 있어야 연결될 수 있으며 연결이 되어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을 해야 제대로 된 글로 표현하거나 말을 할 수 있다. 아는게 없으면 표현할 수 없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 자체를 잘하는게 아니라 평소 생각이 멋진 것이다.
이유
무언가를 학습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면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영어라고 해보자.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공인영어시험 점수가 필요하거나 영어로 업무를 하거나 아니면 단순히 여행지에서 영어가 필요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직접적인 이유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유만 가지고 시작한다면 이 한 가지에 의존하게 되고 이 이유가 약해지면 꾸준히 안하게 된다. 제대로 학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영어로 예를 들었으니 영어로 좀 더 이유를 만들어보자. 커리어의 확장을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힌다는 관점은 어떨까?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구조가 다른 언어를 학습함으로써 내 사고 방식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해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쌓는 것은 지속성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지속성은 학습에 효과적이다.
LLM
극적인 변화는 Input의 새로운 원천(Source)이다. 지식을 얻는 원천은 역사적으로 발전해왔다. 말로 구전되다가 문자가 발명되면서 글과 책으로 전달됐다. 그리고 영상으로 보다 생생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젠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확률적으로 생성되는 텍스트로 정보를 얻곤 한다.
LLM을 사용할 때 잘 아는 분야일수록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할 수 있고 답변의 퀄리티도 높아진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다. 그러나 100%가 아니기 때문에 LLM이 뱉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그리고 쉽게 얻은 이 정보로 어떻게 Output을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고민은 계속 되어왔고 앞으로도 다뤄지지 않을까. 이렇게 LLM 도움없이 글로 풀어쓰는 것부터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무리
대단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실 무언가 학습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I가 등장했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것도 많다. 단순히 겉핥기 정도로 배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제대로 학습하기 위해선 의도적인 수련이 필요한 부분, Input과 Output이 병행되어야 하는 부분, 꾸준히 하는 것 등 더 중요한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