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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ee.log(2024)

15 min read|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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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했던 2024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착실하게 살아온 보상이자 벌일까. 갑작스럽게 시작된 방황은 겉잡을 수 없이 번졌고 길잃은 열정은 난데없이 바다에 꽂혔다. 그만큼 내 영역이 넓어졌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강의도 듣고 직접 무언가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행복만 있진 않았다. 회사는 회사일 뿐이며 고용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는 와중에 정말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해이며 이로 인해 삶이 풍족해졌다. 그 어느 해보다 내게 질문을 많이 한 해였다.

이번 회고글에서 다루지 않을 내용

1달 1러닝

한달에 새로운 분야를 하나씩 학습해보면 어떨까 계획을 세웠다. 내 지식의 다양성을 넓히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고 그래서 내 전문 분야와는 상관없는 분야를 공부하려고 했다. 통계학, 분자생물학, 물리학, 수학 이런 멋진 계획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이 중심은 흐트러졌다.

  • 1월엔 패시브 투자를 공부했다. 공부한 내용을 '자기개발에 바쁜 직장인을 위한 자산 관리'라는 제목으로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기초적인 내용이지만 알고 모르고는 천지 차이니까. 그리고 이 영역은 알고 있어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하라는대로 했으면 +20% 였을텐데)
  • 2월에는 노화를 공부했다. 지금도 한창 유행인 저속노화. 나도 자연스럽게 '당'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정희원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했다. 다만 학습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인 별개였다. 1주일 정도 포케 먹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피하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 3월엔 보험에 대해 공부했다. 그 중 가장 기초적인 실손과 종합보험에 대해 알아봤다. YouTube에 정리가 참 잘 되어 있다. 정보의 신빙성을 따지기 위해 조금만 투자해서 비교해보면 최적의 해를 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렇게 쉽게 얻은 '정보'는 쉽게 휘발된다. 정리를 해둬서 망정이지 다 까먹었다. 덕분에 적당한 보험을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학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보험 산업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 4월엔 논리에 대해 공부해봤다. 알고리즘을 잘 못해서 이것이 논리의 문제일까 생각이 들어 책을 하나 골랐는데, 정말 어려웠다. 철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유독 개발을 잘한다. 개발을 잘하는 것인지 일을 잘하는 것인지.
  • 5월, 6월엔 결혼 후 신혼 여행과 한달 발리 살기 다녀오느라 넘겼다.
  • 7월은 입사 전, 다이빙 여행을 다녀왔다. 다이빙 컨텐츠를 잔뜩 기획(만)했다. 7월까지 거의 여행이었다.
  • 8월은 새로운 팀에 합류하여 적응하며, 이 달의 러닝은 인프콘 영상 시청으로 대체했다. FEConf 준비도 시간을 많이 뺏겼다. '객체지향은 여전히 유용한가?'는 역시였다.
  • 9월엔 새로운 언어들을 겉핥기 식으로 살펴보기 위해 브루스 테이트 세븐 랭귀지 책을 중심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 학습했다. 언어 디자인이 그 언어로 만들어지는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됐다. 다만 더 깊은 공부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소한 하나의 언어 정도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10월은 드디어 LLM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젠 더이상 미룰 수 없을 것 같아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그래서 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이때 처음 RAG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서비스로 만드는 것까지 이어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11월부터는 퇴사 후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케팅과 영업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 12월부터는 한 해를 정리하고 이력서도 정리하고 영어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막상 정리해보니 러닝은 4-5개 뿐이다.

2024년의 내 생각들

이 시간대의 내가 하고 있던 생각들 중 일부 정리

오타쿠

업이 아닌 영역에 대해 전문 영역이 있는 분들이 내심 부러웠다. 개발이 취미라고 말했지만 다른 무언가의 오타쿠가 아닌 것이 내심 속상했다. 취미랄게 딱히 없었고 특별히 덕후 부심을 부릴게 없었다. 이게 항상 불만이었고 왜 나는 덕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근데 올해 생각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만의 오타쿠를 하나 찾은 것 같다. (다이빙 아님)

영어

영어권에서 태어난 애들은 좋겠다. 시간 아낄 수 있어서. 영어 연습할 시간에 다른 거 할 수 있어서. 라는 생각이 지배하던 2024년 끝자락,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것을 핸디캡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실이었다. 영어는 참 애증의 관계다.

문제

문제라는 단어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자주 사용한다. 문제 어쩌고 하면 일단 멋져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문제는 '돈이 되는' 문제를 말한다. 진짜 우리 주변에 있는 문제들은 해결해도 돈이 되지 않거나 어쩌다 있는 일이다. 약간 가식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차가운 세상이다. 내가 풀고 싶은 교육 문제는 언제쯤 풀 수 있을까.

추상

소프트웨어는 복잡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잡해진다.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변경되는 과정에서 복잡해진다. 복잡도(complexity)는 소프트웨어의 지속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그리하여 '추상'이 중요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진단을 어떻게 했느냐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 정의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추상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좋은 엔지니어링은 만들어내는 결과(outcome) 뿐만 아니라 비용(cost)을 함께 고려한다. 조직의 규모, 크기에 따라 결과로 부터 창출되는 가치(impact)를 예상하여 Y축으로 두고 인력, 시간, 기회비용 등을 X축으로 대입하여 최적의 해를 찾아가는 과정이 엔지니어링이다.

기술부채

기술 부채가 요구 사항의 잦은 변경 때문에 생긴다고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역량이다.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그렇기에 궁금한 것

  • 코인과 그 가치, 그리고 미래
  • GPT는 내 질문에 어떻게 그렇게 잘 답변하는가
  • 성공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의 차이
  •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

근황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것 저것 해보고 있다. Obsidian에 Draft로 남겨진 수많은 글들을 언제 정리하고 언제 배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Threads

반말 기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입하지 못했는데, 컨셉 계정을 만들어서 팔로워 수를 늘려보고 있다. 사실 처음엔 개발하려고 한 서비스 홍보 목적으로 키우려고 했는데, 서비스는 사라지고 계정만 남았다. 계정 이름도 그대로다. (@drmm.official)

개발하려고 했던 서비스는 영어 학습 서비스다. 요즘 영어를 하고 있는데, 필요한 기능이 있어서 나 같은 사람이 많으면 서비스로 개발하려고 했다. 생각보다 적어서 바로 접었고 이 계정인 영어 공부한 내용들만 꾸준히 올리고 있다. 첫 게시글을 11월 27일에 올렸으니 올린지 한달 좀 넘었는데 팔로워 수는 649명이다.

Favorites9

무직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개발한 서비스 중 셋째다. 취향에 꽂혀서 기획한 제품이다. MVP 나오는데 3일 걸렸는데, Google Youtube API 연동하는데 3주 걸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Substack

Substack을 시작했다. 구독자는 0명이다. 이 블로그도 시작은 미약했다. 앞으로 영어 블로그는 이곳에 올릴 예정이다. 일기 형식의 글을 최대한 많이 올리고 정리해서 올리는 글은 따로 올릴 예정이다. 지금은 Solo diary 일기 시리즈가 올라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서비스가 나오기 까지의 짧은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한 시리즈다. 다음 Episode 주제를 고민 중이다.

A plan for the next decade

중기, 10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많은 생각을 했는데, 눈 앞의 목표와 정말 먼 꿈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5년, 10년 단위의 중기 계획을 세우진 않았었다. 세부적인 사항보다 이루고 싶은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액션들로만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계획을 많이 세워보기도 하고 아예 계획을 세워보지도 않기도 해봤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는 다면 계획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다.

마무리

올해 회고는 3주 정도 시간을 들여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마감에 쫓기듯 작성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았던 것일까. 다듬어지지 않은 내용을 덜어내고 빼고 나니 이 글에 정리된 내용은 일부 뿐이다.

내 이야기가 궁금한, 존경받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