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추상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작년 회고의 시작이 지독했던 한해였는데 올해가 더 지독한 해였다. 회고하고 싶지 않은 한해였지만 억지로 하느라 오래 걸렸다. 르네상스를 지낸 사람은 자신이 살아간 시기를 르네상스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 지금의 시기가 황금기일지 암흑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회고했다.
월간 회고
올해는 한달도 빼먹지 않고 달마다 되돌아봤다. 느낀 감정을 생생하게 남겼고 인상깊은 것들을 기록했다. 다시 한번 읽어보니 1년이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연간 회고는 시상식 느낌으로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하여 MOTY(Message of The Year). 작성한 글과 월간 회고에 남겼던 메세지들 중에서 한번 더 기록하고 싶은 문장이나 영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MOTY
이야기 (3월)
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영화라고 한다. 위대한(Great) 사람들이 영화에 영향을 받고 비전을 만들고 회사를 세웠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에서 '영화'라는 부분을 이야기로 대체하고 싶다. 이 세상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개개인도 어떤 이야기의 집합이다. 역사가 영어로 history인 것부터 story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도 어떤 이야기로 구성된다.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 이 이야기로 게임을 만들든 다큐멘터리를 만들든 핵심은 이야기다.
인간적으로 나아지기 (4월)
내가 인간적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콘텐츠가 나이지지 않을 수도 있겠네? 팀을 구성하여 무언가 하는 이유는 1+1을 2가 아닌 3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로 더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발전하면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는데,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핍 (5월)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도움될 때가 많다. 채용 공고를 작성할 때도 지금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도 있고 추상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는데, 구체적일수록 지원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상할 수 없다면 비전에 설레는 것이 적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통 - 달리기를 말할 때 (7월)
고통은 실존하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한국어로는 고통, 고통을 겪다. 이 고통이란 단어 말고는 다른 표현이 없으니 고통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힘들다는 사실과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운의 표면적 (7월)
9년 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다. 내가 쓴 글들이 나를 대신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개발이 재밌었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았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꾸준히 할 것인지 고민하는게 더 중요하다.
토스 (8월)
단연 가장 큰 일은 토스로 돌아온 일이다. 토스로 다시 합류하는 이유 에서도 이야기했는데, 딱 1년만에 되돌아왔다. 이번 직장에선 이직없이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고르는데 집중했다. 그러려면 몇 가지 조건들니 필요했는데, 토스가 그나마 맞아떨어졌다.
감각 (10월)
수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 요즘 반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있다. 인간은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구성된다. 즉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경험을 주느냐이다. 무엇을 만든다면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이냐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대가 변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 즉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몸을 매개로 삶을 읽는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향을 맡으며 세상을 이해한다. 기술의 진보도 이 근원을 흔들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감각의 동물이다. ('감각의 설계자들'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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