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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ease Note (2025-04)

11 min read|25. 5. 1.

4월 April, 보통 aperire라는 열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얘기한다. 꽃이 피는 달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벚꽃이 피는 달이면서 동시에 지는 달이다.

이사를 했다. 자가가 없다면 몇년마다 있는 이사. 삶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지를 부랴 부랴 정해야 하는 참 이상하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큰 돈이 움직이는데 꽤나 어설프게 움직인다. 이사가 좋았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신경써야 할 게 많아서 이사하는 동안엔 정신이 온통 집에 쏠린다. 아이러니 하게도 의식주 중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가장 덜 발전한 분야라는 생각도 든다. 정보의 비대칭이 가득한 도메인 중 하나가 아닐까.

4월의 책, 행복의 기원

개인적으로 진화론 이야기를 좋아하고 뇌를 잠깐 전공한 만큼 뇌과학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이 두 관점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셀프-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개선해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문장이 정말 많았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 감정은 뇌라는 혀로 세상을 맛보는 것이다.
  •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고 강렬해진다는 것을 의미힌다.
  • 일체유심조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원효 대사의 해골물 일화는 마음 먹기의 중요성이 아니라 조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어젯밤은 해골을 볼 때 생기는 강렬한 정서(예를 들면 역겨움)가 어둠에 차단됐을 뿐이다. 진정한 마음 먹기의 예시는 낮에 해골 물을 보며 달게 마시는 것이다.
  • 우리는 화려한 변신의 순간에만 주목하지, 이 삶을 구성하는 그 뒤의 많은 시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않는다.
  • 수학 학원은 골목마다 있지만, '짝사랑하기', '배신으로 상처받기' 같은 학원은 없다. 뇌의 원래 용도는 연애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 나온 책이라 제목이 어려운 책인 것처럼 지어진 것 같다. 문장이 쉽고 간결하여 술술 읽혔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중 하나가 되었다.

4월의 Video, 사고실험 채널

최성운의 사고실험 채널 찐팬이다. EO채널에 계실 때부터 쭉 시청해온 최애 채널이다. 영상이 업로드 되면 1시간 이내에 보려고 하고 N번 본 영상도 있다. PD님처럼 질문을 잘하기 위해 인터뷰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Part로 4월의 비디오를 추가한 것도 사고실험 때문이다. 영화나 책만큼 좋은 영향을 주는 비디오도 많아져서 회고에 담아보려고 한다. 이번에 가져온 비디오는 사고실험 채널에 유태오님이 출연하신 영상 중 두번째인 '배우 유태오가 말하는 자신만의 벽을 넘어선 방법'이라는 영상이다.

노력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최근에 들었던 고민과도 통했다. 예전엔 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나 다양한 지식들을 섭렵하는데 몰두했다. 코딩을 못해서 안 달이었고 시간을 쪼개서 지식을 정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서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요즘은 약간 다르다. 개발에 대한 흥미가 예전만치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고 결국 사람과 하는 일이다보니 내 성장의 방향성이 사람을 향하는 것 같다. 과거에 그랬던 몰입의 기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도 맞고 지금 방향이 조금 달라진 것도 맞다. 아직 나조차 조금 어색하긴 하다.

'내가 인간적으로 나아지지 않으면 콘텐츠가 나이지지 않을 수도 있겠네?' 라는 말을 PD님이 하셨는데, 비슷한 결의 고민이었다. 요즘 철학을 살펴보는 이유도 같은 배경이다.

팀을 구성하여 무언가 하는 이유는 1+1을 2가 아닌 3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로 더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발전하면서 개개인의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는데,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다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스토리캠프 채널

사고실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스토리캠프 채널이다. 어쩌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Youtube 영상을 보게 됐는데, 바로 팬이 되었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사고실험에 출연하신 영상만 4번 정도 봤는데, 많은 말 중 한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은퇴 후 제 2의 삶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손에 창작 도구를 하나 들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꼭 소설을 써 보기로 다짐했다.

Worth the clicks

https://0xd669.substack.com/p/unfair-advantage

  • 불공평한 이점, 지금 이 시점에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혜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먼저 샤르트르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사실성'에 기반하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고 다른 환경의 사람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시대적 공감, 문화, 감정들. 내가 가진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https://overreacted.io/

  • 특정 한 아티클이 아니라 4월에 올라온 모든 글이 좋다. React for Two components, JSX Over The Wire, Impossible Component, What Does "use client" do까지 4편의 글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존경심이 들 정도로 전달력이 뛰어나고 내용이 좋았다. 이 정도 코드를 예시로 들며 글을 전개해나가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드는데 참 멋진 시리즈다. RSC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면 이 시리즈를 읽으면 된다. 시간이 없다면 NotebookLM에게 10분짜리 팟캐스트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들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진짜 이 정도면 퀄리티의 글이면 Meta에서 스폰서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마무리

4월엔 카뮈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마무리 짓지 못해서 약간 미뤘다. 3월 회고 이후 4월엔 배포한 글이 없는데, 5월 휴일동안 정리해서 배포해보려고 한다.

지난 회고